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Artist Statement
점, 선, 면点, 线, 面
나는 항상 그리고 싶은 화면의 전체를 떠올린다. 아주 멀리서 세상을 바라보듯이, 그 시야 안에는 여러 색깔이 있고, 무수히 많은 점과 선이 멈추지 않고 움직이고, 만나고, 엇갈리며, 흩어지고 있다. 그래서 나는 항상 먼저 색채로 화면의 전체를 만든다. 그리고 가장 작은 점하나를 새겨 넣는다. 내 그림에 필요한 것은 오로지 하나의 색면과, 점들 뿐이다. 내 행위는 그저 자연스럽게 그 점들과 면을 연결하는 것 뿐이다. 그 과정에 온전히 몰입하다 보면 어느 순간 선이 생겨나고, 전체가 균형을 이루고 점들도 하나하나가 더 또렷이 느껴지는 때가 온다. 그때가 작업을 마치는 떄이다.
중첩重疊
물감의 표면이 나의 행위로 벗겨지고, 안에 있는 석고가 겉으로 거칠게 배어 나오며 안과 밖이 서로 겹치기 시작할 때, 그 표면에 드러나게 되는 표현은 나를 표현한 것이 아니다라고 확신한다.
그리고 그 것은 물감이나 석고의 물질적 인상도 아니다. 나는 그 표현이 스스로 물감과 석고, 그리고 나의 몸을 빌려 나타나지길 기다린 것 같다. 그 표현은 물질과 정신의 한계를 초월하여 둘을 잇는 어떤 설명할 수 없는 것의 인상이다. 그림을 그리는 것은 무한하고 신비한 것과 만나는 행위다. 늘 삶이 잠시 빌려져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. 빌려져 사는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 뿐이라고믿는 수 밖에 없다.